기도하는 생활의 요점 (요 2: 1-11)
본문
저는 지난 1월 첫째와 둘째 주일에 기독교적 생활의 기본이 주일성수와 헌금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제 마지막으로 기도하는 생활이 기독교인의 또 하나의 기본이 됨을 역설하고자 합니다. 기도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3주에 걸쳐서 설교하려고 합니다.
흔히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일은 결코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수많은 대화를 하듯이 하나님과 대화하는 일이 기도인 것입니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친밀하고도 거룩한 대화이기 때문에 우리의 형편에 따라 참마음으로 하나님과 나누는 일체의 대화가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해서 드리는 정시기도가 있는가 하면 아무 때나 격의없이 자연스럽게 하나님과 대화하는 무시기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생활에서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 진리는 마치 다정한 대화가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간에, 그리고 가족들 간에 가장 중요한 활력소가 되듯이 기도, 즉 하나님과의 대화가 하나님과의 건강한 교제를 위하여 필수적인 것이라고 하는 사실입니다. 기도하지 않고서 우리는 하나님의 참뜻을 헤아릴 수 없으며 기도하지 않고서 참된 영적인 능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목회 원칙 중에 타협할 수 없는 하나는 새벽기도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새벽기도를 하지 않으면 제 자신이 육신적으로 편할 수 있겠지요. 또 설교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신적으로도 긴장이 덜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영적인 파수꾼들이 모여서 새벽에 함께 기도하지 않으면 악한 마귀가 우리에게 마구 쏘아대는 불화살을 막아낼 재간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를 지시기 전 새벽 미명 시간에 주기적인 기도를 드렸듯이 기도없이 성도는 영적 생활에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인터넷 조사에 따르면 새 해를 맞으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게 된 결심은 다음의 다섯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로, "lose weight," 즉 체중을 줄이는 것. 둘째로, "stop smoking," 즉 담배끊는 것. 셋째로, "improve relationships," 즉 사람들과 관계를 증진시켜 나가는 것. 넷째로, "make more money," 즉 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다섯째로, "make up a new hobby," 즉 한가지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것. 이와 같은 새 해의 결단이 온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열심히 기도하는 생활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새 해에 꼭 이루어지길 소원하는 다섯 가지 기도 제목을 적어서 교회에 내라고 했습니다. 과연 다섯 가지 제목 중에 몇 가지나 응답되었는가 확인할 수 있도록 금년말 여러분 가정에 다시 메일로 부쳐드릴 예정입니다. 이 기도 제목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 자신이 기도해야 함은 물론이고 저도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새벽에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 기도해서 확신을 얻은 뒤 여러분이 드린 기도가 열매 맺도록 실천하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여하튼 한 해 동안 열심히 기도해서 여러분의 영혼이 부쩍 성숙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만 할까요? 저는 그 한 가지 해답을 오늘 봉독한 본문말씀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요한복음 2: 1-11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최초의 기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자라나신 나사렛에서 북쪽으로 약 12 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갈릴리 가나라고 하는 작은 동네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이 어느 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습니다. 문제는 한참 흥겨운 잔치가 진행되는 도중에 포도주가 다 떨어졌습니다. 이 때 포도주가 떨어진 사실을 안 예수님의 어머니는 예수님께 포도주가 떨어진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인들에게 여섯 개의 돌 항아리에 아구까지 물을 가득 채우라고 말씀을 하시자 모두 포도주로 변화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흔히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것은 옛 것을 새 것으로 만드시는 주님, 흥이 떨어지고 생명력이 떨어진 삶을 신바람과 생명이 넘치는 삶으로 바꾸시는 주 예수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좀더 정확히 말해서 흥을 돋구는 포도주가 떨어진 잔칫집, 유대교의 결례를 위하여 덩그러니 서 있던 여섯 개의 물동이는 모두 기쁨과 생명력이 사라진 채 쓸모 없는 율법주의만 남은 유대교를 상징합니다. (유대인의 완전수인 7이 아니라 6개의 돌항아리는 바로 유대 율법주의자들의 무기력함을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을 가지신 주님은 물이 변하여 맞좋은 포도주가 되게 하심으로 잔칫 자리에 다시금 흥이 넘치고 생명력이 넘치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기도와 관련해서 오늘 우리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은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태도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대한 마리아의 태도에서 기도의 한 모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마리아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예수님을 찾아갔습니다. 아마 예수님 일행을 초대했던 신랑측 가족들은 예수님 식구들과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는 집안이었을 것입니다. 잔칫 자리에서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흥을 깨는 것입니다. 사막이 많이 있는 고대 중동지방에서 물은 물론이고 포도주는 기쁨과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매우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지면 하객들이 실망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도 매우 민망스러움을 느낄 것이 뻔합니다. 이와 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마리아는 다른 곳에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주님께 찾아갔습니다. 기도의 올바른 태도는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right person," 즉 주님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분명히 하나님과 씨름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엉뚱한 곳에 찾아가 시간 낭비하고 물질 허비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 올바른 곳에 찾아가 올바른 분에게 문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로, 예수님께 찾아간 마리아는 다른 말은 일체 하지 않고 단지 "저희에게 포도주가 없다"(3절)는 사실만 간단하게 보고했습니다. "They have no wine!"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참된 기도 생활은 중언부언하지 않고 다만 우리가 모자라는 것을 주님께 직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이를 위한 중보기도(intercessory prayer) 역시 그 사람이 결핍한 것을 대신 주님께 아뢰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믿음을 통하여 이와 같이 당황스러운 상황속에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하실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저렇게 해야 합니다."하면서 간섭하거나 충고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로서 충분히 그렇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고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도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필요한 것을 주님께 아뢰고 기다려야지 "하나님, 제 기도는 이렇게 하셔야지만 이루어집니다. 저렇게 해야지만 더 빨리 이루어질 것입니다."하면서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간섭하거나 잔소리해서는 안됩니다. 마치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자기가 자기 병을 다 진단하고 이런 약 저런 약을 달라고 해서는 온전한 치료가 일어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를 신뢰하는 환자는 그저 자기의 아픈 증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의사가 진찰하고 처방하도록 순종할 뿐입니다. 마리아는 기도 생활의 요점이 우리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간결하게 보고한 후 그 다음의 모든 문제는 주님께서 알아서 하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셋째로, 마리아는 문제를 주님께 보고한 뒤에 자기 임무는 다 끝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5절에 보면 마리아가 하인들에게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고 점잖게 타이를 뿐입니다. 마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문제를 주님께 있는 그대로 아뢰는 것이고 나머지는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입니다. 일단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보고한 뒤에 마리아는 이와 같은 당황스러운 일에 더 이상 책임이 없습니다. 주인과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은 전적으로 주님께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기도를 통하여 우리의 모든 문제를 주님께 아뢰었으면 이제 우리는 그 결과에 대해서 더 이상 고민하거나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실까 하는 문제는 순전히 주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나든지 일단 우리가 기도를 드렸으면 모든 문제는 주님께서 처리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의 결과에 대해서 염려할 필요 없이 우리의 일상 생활로 돌아가면 됩니다.
넷째로, 마리아는 매우 곤혹스러운 순간을 믿음과 인내심, 순종하는 마음으로 잘 이겨냈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떨어진 사실을 알리자 예수님의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4절에 보니까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고 대답했습니다. "여자여"라고 하는 말은 물론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경어체이지만 아직 하나님께서 자기를 통하여 메사이아의 대업을 이룩할 때가 이르지 않았는데 왜 이 일에 간섭하려는가 하고 냉담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사실 자신의 육신의 어머니가 이렇게 부탁을 해올 때 예수님은 당신의 때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가운데 무엇인가 일을 저질러야 하겠다는 유혹을 강렬하게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하늘 아버지의 뜻이나 시간과 관계된 일인 경우 땅위에서 육신의 어머니라는 마리아의 위치가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야 말로 잘 훈련된 기도의 사람이라는 사실은 바로 이와 같은 예수님의 냉정한 반응에 슬기롭게 대응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차가운 말을 듣고 마리아는 어떤 불만이나 불평을 내비치는 말을 한마디도 발설하지 않았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이와 같이 모질게 마리아의 요구에 대꾸했는지를 마리아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본문에 명확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리아가 순종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입니다. 또 한가지 마리아는 예수님은 능히 이 잔칫집에서 벌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하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고 부탁합니다.
언제 어느 때에 우리의 기도를 처리하시는가는 순전히 하나님의 자유이며 책임입니다. 우리의 본분과 책임은 아버지 하나님께 고해야 할 문제를 있는 그대로 간단하게 아뢰면 됩니다. 그러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뜻에 따라 우리를 위하여 가장 좋은 방향으로 우리의 기도를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마리아에게서 기도의 모범을 배우시고 마리아와 같은 자세로 기도하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아멘.
김흥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