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성수하는 삶 (출 20: 8-11)
본문
2001년도는 저나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 교회 모든 성도들이 마음과 뜻이 하나 되어서 신앙 생활의 기초를 다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초를 무시한 건축, 기초를 무시한 학문, 정석을 무시한 바둑두기 등은 모두 문제가 됩니다. 신앙 생활의 ABC를 철저히 습득해서 우리가 정말 말만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내 자신이 볼 때도 나는 주님께 속한 그리스도인이요, 하나님이나 우리의 이웃들이 볼 때도 분명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날 수 있는 신앙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기초중의 기초가 주일성수하는 생활입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믿노라고 하면서도 주일을 밥먹듯이 어기면서 세상의 딴 길로 간다면 결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 모두가 금년 한해 동안 주일 아침만 되면 으레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날이라는 인식과 습관을 가지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그러므로 예배, 그 중에서도 주일예배를 무시하고서 하나님의 큰 은혜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심히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사람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체험하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여러분들에게 찰스 스펄젼(Charles Spurgeon) 목사님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스펄젼 목사님은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가장 큰 교회를 섬기시던 분입니다. 이 분이 담임하고 있던 교회는 매주 약 6천여명의 교인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어떤 주일에 스펄젼 목사님이 여행을 가시는 바람에 다른 강사 목사님이 주일설교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인들 가운데 수백명의 사람들이 스펄젼 목사님이 아닌 다른 목사님이 설교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바로 이 때 임시 설교를 맡은 목사님은 매우 지혜로운 분이었습니다. 그는 예배 도중 떠나려는 사람들을 향하여, "여러분 잠깐만 계십시오. 만일 여러분들이 오늘 아침 찰스 스펄젼 목사님을 예배하기 위해서 교회에 나오셨다면 그냥 그대로 떠나십시오. 그러나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예수님을 예배하기 위해서 오셨다면 떠나지 마시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계십시오."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께 경배드리기 위하여 주일성수해야 합니다. 주일에 교회 나가지 않고 세상적인 일을 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습니까? 주일성수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뜻과 은혜를 깨달아 알 수 있습니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저나 여러분과 같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주일성수가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는 줄로 믿습니다.
오늘 봉독한 출애굽기 20: 8-11에 보면, 10계명 중에 네 번째 계명인 안식일에 대한 규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안식일에 대한 계명은 10계명 중에 히브리어로 모두 48글자로 이루어진 가장 긴 계명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안식일이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두 가장 중요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안식일'(Sabbath)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Shabbath'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한 말인데 "노동을 중단하고 쉰다."는 뜻을 가집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께서도 6일간 창조 활동을 하시고 제 7일에는 안식을 취하셨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10계명 중에 하나님 자신이 친히 어떤 모범을 보여 주신 경우는 이 안식일에 대한 계명이 유일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출애굽기 20: 8에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고 했습니다. "기억하라"는 말은 마치 광복절이나 독립 기념일을 기억하듯이 잊어버리지 말고 기념하는 날로 만들라는 뜻이며 "거룩히 지키라"는 말은 보통 날과는 달리 경건하고도 특별한 날로 삼으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일주일에 6일 동안 모두 70시간 정도 일했습니다. 세상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신 목적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일하는 것만이 하나님의 목적이 아니라 쉬는 것, 즉 안식하는 것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신 중요한 목적중에 하나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은 세상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열심히 쉴 줄도 아는 것입니다. 쉬지 않고 일만하는 사람은 성경에 따르면 결코 하나님의 사람이 아닙니다. 주기적으로 쉴줄 아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이며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런 까닭에 구약 시대에는 심지어 안식일에 가축들조차도 일을 시키지 않고 놀려 주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안식일은 너무나 중요한 날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안식일을 지킬 것인가 하는 방법의 문제는 언제나 큰 논란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아주 율법적이고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안식일은 손도 까딱해서 안되는 날입니다. 서기관이 펜을 들어서 글씨 하나조차 쓸 수 없었습니다. 벼룩 한 마리 죽일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땀이 흘러서 '벗느라고' 일할까봐 옷조차도 제대로 입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안식일을 어떻게 준수할 것이냐, 다시 말해 안식일을 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줄 세부 규정만 모두 1521개 조항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라 없이 2천년 동안을 디아스포라로서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민족들이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민족적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안식일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유대민족이 안식일을 지켜 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민족을 지켜왔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 우리가 심각하게 물어야 할 질문은 구약시대의 안식일 개념이 기독교의 "주일"개념과 과연 동일한가 하는 질문입니다. 구약의 10계명 중에 9계명이 그대로 혹은 약간의 변형을 거쳐서 신약에 재현되었습니다. 그런데 오직 이 안식일에 대한 계명만이 신약에 분명히 명시되지 않은 유일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하나의 종교적 의무가 아니라 그 배후에 숨어 있는 원리와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20: 7과 고린도 전서 16: 2, 요한 계시록 1: 10에 보면, 초대 교인들은 모두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일요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날이었고,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켰던 구약 사람들과 달리 신약 사람들은 일요일을 주님의 날, 즉 'the Lord's Day'로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주후 321년에 로마의 콘스탄틴(Constantine) 황제가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만든 뒤에 구약의 안식일과 기독교의 주일을 같은 개념으로 만든 여러 가지 법률들이 생겨났습니다. 콘스탄틴 대제는 로마의 모든 시민들은 주일에 일해서는 안된다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그후 585년에 메이콘 회의(the Council of Macon)에서와 1274년경 카톨릭 교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구약의 안식일과 신약의 주일 개념을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 주일에 모든 기독교인들이 무조건 노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제가 볼 때 종교개혁 이후의 시대에서는 구약의 안식일 개념과 신약의 주일 개념으로 동일하게 여기는 일이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주일에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손도 까딱 안하고 일체의 노동을 중단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왜 안식일을 이와 같이 소중하게 여기셨는가 하는 것을 바로 이해하는 일입니다.
한마디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과 육체의 건강을 위하여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 행하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쓴 글을 읽어보니까 현대인들을 죽이는 3대 질병은 '암'(cancer), '심장병'(heart attacks), '사고'(accidents)가 아니라 '컴퓨터'(computers)와 '페이저'(pagers)와 '전화'(telephones)라고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쁘게 너무나 복잡하게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잘 쉬는 것이 건강의 첩경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하루 정도는 하나님을 생각하며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하며 충분히 쉬어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일에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와서 교회에 와서 충분히 쉬는 날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주일에는 서로 논쟁하고 말다툼하는 것을 중단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엿새 동안 세상에서 일하다가 하나님과 그리스도인들과 교제하는 안식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안식일에 대하여 분명히 믿는 하나의 신학적 원리는 안식일 개념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진심으로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으라."는 것과 "주기적으로 일에서 물러나 자기와 주변과 하나님을 돌아 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하는 것과 휴식하는 것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할 수 있으면 주일에는 무조건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편히 안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버릇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 기독교 생활의 가장 확실한 기초를 쌓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워싱턴 주의 타코마에서 발행하는 신문 중에 어떤 신문은 이름이 타토(Tatto)인 사냥개 종류인 개 한 마리가 차에 질질 끌려서 뛰어가는 것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 타토라는 개는 아닌 달밤에 차에 끌려서 조깅할 의도가 추호도 없었지만 자기 주인이 깜빡 잊어버리고 목에 걸린 개끈을 차안에다 두고 문을 닫은 채 개는 차밖에다 두고 운전을 하자 할 수 없이 안죽기 위하여 끌려갔습니다. 테리 필버트(Terry Filber)t라고 하는 교통경찰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 뒤에 개 한 마리가 끌려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타토라는 이 개는 자동차에 끌려서 시속 20마일로 달려가다가 때로 넘어지기도 했는데 바로 운좋게 교통경찰을 만나서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 개의 목을 매고 있는 끈, 즉 'leash'가 도대체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인지, 여러분의 게으름과 부주의인지, 아니면 거룩하신 하나님이신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끈이 움직이는 대로 여러분은 끌려 갈 것입니다. 바라기는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매는 끈이 되셔서 매주일 여러분을 교회로 인도하시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
김흥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