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 이렇게 지내라 " 절 대신 기도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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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42·회사원)씨는 다가오는 추석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제사 문제로 불신자인 큰 형님 댁과 기독교인 가족들이 부닥칠 일들 때문이다. 유씨는 이번 추석에는 큰 형님께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절은 하지 않겠다고 꼭 말할 작정이다.
교회학교에 다니는 최모(12·초등 6년)양은 지난 설날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온다. 집사인 엄마에게 “엄마,우리도 절해야 해?”라고 여쭸다가 “너네들은 절해도 된다”라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양은 우상 숭배를 하지 말라는 교회 선생님 말씀이 생각날 때면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 추석에 국민 10명 중 4명은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남자들은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여자들은 ‘가사 노동의 부담감’ 등으로 반갑지만은 않은 추석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크리스천들에게는 또 하나의 명절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된 이래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제사 문제’가 그것이다.
가정 사역 전문가들은 다행히 전 가족이 주님을 영접했다면 부담없이 추석을 맞겠지만 집안의 대세가 그렇지 못할 경우 불신자 친척을 만나기 전에 뜨거운 기도가 필요하고, 복음을 그들에게 몸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추부길 소장은 “만약 제사에 참여해 절해야 하는 경우라면 우선 ‘저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조상님께 절하기보다는 추모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는 신앙적인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다음 조용히 무릎을 꿇고 기도한 후 돌아가신 분보다는 복음을 받아들여 할 산 사람에 대한 기도를 하라고 권했다.
전문가들은 또 제사 대신에 추모 예배를 드리라고 조언했다. 전통적인 제사는 고인에게 드리는 것이요,추모 예배는 고인을 추모하면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이기 때문이다. 오직 예배를 드릴 대상과 예배 받으실 분은 하나님임을 기억하고 특히 절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일선 목회자들은 추석 모임을 복음 전파의 좋은 기회로 삼으라고 입을 모은다. 예안교회 황한호(서울기독대 교수) 목사는 “추석이 좋은 것은 우선 많은 이야기와 웃음이 있어 불신자가 있다면 이때처럼 좋은 전도의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유교 문화를 교묘히 이용하는 사탄의 계략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지혜가 요구된다”면서 “기독교가 부모 공경을 중시하는 ‘효의 종교’라는 점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바로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기독교 예식 문화와 관련,한국 교회의 토착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세대 신학대 박정세 교수는 “한국 교회는 이제라도 신도들이 각종 예식 때 부담이나 갈등을 겪지 않도록 올바른 지침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