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방지일 목사 한국교회 향한 쓴소리 “부흥·성장 집착… 향기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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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5 18:23]
“한국 교회의 지난 100년은 부흥과 성장에 너무 집착해 왔습니다. 이제 신앙의 덕을 세우고 말씀 안에서 분별력 있는 신앙인이 돼야 합니다.” 14일 서울 논현동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한국기독교 100년의 증언’을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포럼 강사로 나선 방지일(96·사진) 목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방 목사는 평양 장대현교회 전도사, 영등포교회 담임 목사, 예장 통합 총회장 등을 역임한 교계 원로이며 한국선교 120년사의 산증인이다. 중국 선교사로도 20년간 활동했다.
그런 방 목사가 포럼에서 은혜로운 말씀 대신 한국 교회 비판으로 말문을 열자 포럼장은 잠시 술렁였다.
방 목사는 “한국 교회는 부흥과 성장 위주, 행함 없는 믿음을 반성하고 경계해야 한다”며 기독교계 내부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부흥과 성장’에 대해 “몸이 열이 많으면 병이 되듯 한쪽으로 치우친 한국 교회는 이성을 잃어버리고 자기 과시에만 열중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성도들에게 통성기도를 하되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목회자들에게는 아멘이나 할렐루야를 강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행함 없는 믿음’에 대해 방 목사는 “한국 교회는 새벽 기도와 헌금은 잘 하지만 성경 말씀대로의 행함은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보서 2장26절)이며 특히 지도자된 목회자들이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들을 하는데, 하나님께 욕이 되는 데 어떻게 하나님이 받으시겠느냐”면서 “하나님 뜻대로 살면 저절로 하나님이 축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방 목사는 신앙은 인격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년 전 영적 대부흥이 일어났던 평양 장대현교회 길선주 목사님은 부흥회를 열 때마다 꼭 성경 통독 사경회를 열었다. 경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 교회와 성도들은 신앙의 향기가 부족하다”며 대부흥이 말씀 중심의 부흥이었음을 소개했다.
그는 또 “기도도, 설교도, 나눔도 성경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도의 복음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말씀에 근거한 한국 교회 건설을 거듭 강조했다.
방 목사는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도 1년에 10여 차례 미주와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곳곳의 집회를 인도하거나 후배 선교사와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기독교포럼’은 창립총회를 열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를 지낸 박천일 목사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포럼을 잇달아 열어 한국 교회의 개혁 과제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날 총회에는 100여명이 참석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