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떠나는 성도들 목회전략
본문
종족한국 선교 100주년이 넘어서면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은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9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를 토대로 문화관광부가 만든 ‘도표로 본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기독교인의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995년 19.6%였던 기독교인이 18.6%로 1.0%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불교 인구는 1995년 23.2%에서 26.3%로 상승했고, 천주교도 1995년 6.6%에서 7.0%로 소폭 상승했다. 기독교인의 이탈률이 가장 심한 편이다.
따라서 교회는 불신자들을 전도하기에 앞서 교회를 떠난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교회마다 출석을 중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잃은 양 찾기 운동’을 타이틀로 내걸고 여러 가지 이벤트를 가져 보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 학교나 사회 단체에서 실시하는 홈커밍데이 같은 성격의 피상적인 행사로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발걸음을 돌이키게 할 수 없다. 그들은 교회로부터 심각한 상처를 입고 떠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를 씻겨 줘라
최근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전도 집회를 통해 예수님을 만난 40대 남성은 7세 때까지 교회에 다니다가 그때 경험한 사건을 계기로 교회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건의 내용은 교회 학교 교사가 헌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세 차례나 집으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당시 그의 가정은 너무 어려워 하루에 한 끼 먹기가 힘든 형편이었다. 그는 교회와 집 사이를 방황하다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성인이 돼 전도 집회를 통해 다시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후, 예배당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에 원하는 사람만 헌금을 내는 방식을 보고 ‘모든 교회가 그런 것은 아니었구나’하고 깨닫고 마음의 상처를 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교회에서 이런 실수나 죄악 그리고 본의 아니게 빚어진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났다. 사실 이들 중에는 복음의 진리를 분명히 알고 믿음으로 응답했던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는 불신자들을 전도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그들이 하나님을 떠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교회가 먼저 사과하라
첫째, 교회가 먼저 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교회는 그들을 정죄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회개하고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모습으로 상처를 주었던 것을 인정하고 부족함을 고백하며 사과해야 한다.
교회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영적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우는 방법이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은 교회가 겸손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시인하는 모습을 보기 원할지도 모른다. 교회가 그런 태도를 사전에 보여주었더라면 그들은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둘째, 그들은 교회를 떠난 것이지 하나님을 떠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그들에게도 이 점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하나님을 떠난 것이 아님을 자신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구도자(seeker)다. 복음의 권위를 보여주는 목회자와 교회가 있다면 그들은 믿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갈망이 되살아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셋째, 교회는 모든 인간적인 권위를 벗어버려야 한다. 하나님과 복음 외에 어떤 인간적인 권위도 주장해선 안 된다. 교회는 복음 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유대인 크리스천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율법을 무시하는 듯한 그의 태도, 이방인 개종자들에게 율법의 요구를 전달하지 않는 그의 전도 방식에 유대인들이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바울의 전도 철학은 ‘율법 있는 자에게는 율법 있는 자 같이, 율법 없는 자에게는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되는 것’(고전 9:20∼21)이었다. 바울은 율법조차 복음 전도의 장벽이 된다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넷째, 복음을 그들의 필요에 맞게 새롭게 해석해 줘야 한다. 그들은 이미 소위 복음 공식(gospel-formula)에 대해 익숙한 사람들이다. 어느 정도 교리적인 지식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리가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는 살아있는 지식이다. 복음이 모든 사람들의 영적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면, 사람들의 필요는 복음과 연결될 수 있다. 전도의 열쇠는 대상자의 영적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사전 단계를 충실히 했다면, 복음과 그들의 필요를 어떻게 연결시켜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다시 초청하라
마지막으로 감동적인 화해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방황하는 그대들이여! 어서 돌아오라!’는 슬로건으로는 더 이상 돌아오게 할 수 없다. 그들이 보기에 교회가 더 방황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떠났다. 교회는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먼저 교회는 그들이 가정과 사회를 위해 수고한 땀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교회에 하고 싶은 부정적인 말들을 전부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교회에 대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교회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태도가 아니라, 서로 대화하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교회를 떠났다고 해서 당장 저주가 내린다는 식의 메시지는 결코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는다.
교회는 떠난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그들은 영원히 하나님을 떠날지도 모른다. 지금 그들은 외로운 상태에 있다. 오랫동안 사랑을 나눴던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들은 결코 쉽지 않은 영적 여정을 걷고 있다. 교회는 겸허한 태도로 그들을 다시 초청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하며, 진실이 담긴 사랑만이 그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빛과 소금/ 글· 이재훈 편집장 / 일러스트· 이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