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목회자들의 현실(2)
본문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가난과 고난 그리고 질병입니다. 수년전 서울시 달동네로 유명한 시흥동에서 개척교회(민중교회)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성낙형목사의 고난과 죽음은 그 대표적인 한 예입니다.
시흥동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던 성목사는 마지막 ‘간경화’란 사형선고를 받고 사랑하는 부인과 두딸에게 가난과 고통을 남겨주고 하나님의 곁으로 갔습니다”이 말은 성목사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던 어느 동료목사가 푸념 아닌, 오늘 개척교회 목회자의 현실을 지적해 준 것으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목사의 지적과 같이 마지막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남는 것은 가난과 고통 그리고 질병 뿐이다. 그렇다고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지원이 교단적인 차원에서 잘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남는 것은 가난 뿐이며, 이로 인해 목회에 대한 회의도 느낀다. 그렇다고 전체 개척교회 목회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교회를 부흥시킨 개척교회 목회자는 능력 있는 목회자로 평가를 받으며, 자신의 권위를 세운다. 짧은 시간에 교회를 개척하여 부흥시킨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존교회를 분립하여 개척, 멤버를 이미 구성하여 개척, 기존교회를 분열에 따른 개척, 친인척들을 중심한 교회개척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자신의 전재산을 드려 교회를 개척한다.
이들은 자연히 어려움을 당할 수 밖에 없고, 몇몇 목회자는 견디다 못해 교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 한국교회의 ‘교회당 매매’란 병폐로 작용하고 있으며,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질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도시의 개척교회들은 나은 편이다. 시골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은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교회를 개척, 하나님의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열악한 환경속에서 하나님의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다가 개척교회 목회자 부인의 말을 들어보면 오늘 개척교회 목회자 가족의 고통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재산을 털어 교회를 개척한 결과 남은 것은 남편의 죽음과 가난 뿐이다. 앞으로 살아갈 일이 꿈만 같다. 남편이 하나님 나라로 간 이후, 찾아오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인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처음에는 몇몇 교회에서 도와주고, 노회에서 도와주어서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산업전선에 나가야 되겠다”이 이야기는 목회자와 목회자 부인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사실 열악한 환경속에서 하나님의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온 개척교회 목회자 부인들은 세상사는 이야기도 모르고,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지 못했다. 한마디로 남편의 죽음은 자신과 가족들의 죽음이며, 전국 개척교회 목회자와 그 가족의 죽음이다.
이렇게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어려운 환경속에서 교회를 개척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교단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목사안수의 조건으로 교회개척, 시골지역에서의 단독목회, 장미빛 빛깔에 불과한 연금제도, 무분별한 신학교 운영 등에 기인하고 있다.
사실 일부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목사안수를 받기 위해서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도 있다. 한 교단 관계자는 “총회에서 결의해 놓은 결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신학교를 졸업한 초년생목회자들에게 교회개척을 요구 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전체교회중 60%이상이 미자립교회인 오늘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교단의 개척교회에 대한 제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족복음화라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것이 한국교회가 강압적으로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인 장치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개척교회는 한국교회의 발전을 가져온 반면, 경쟁적인 교세확장과 교회난립이라는 병폐를 낳았다”그래서 일부교단의 지도자들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선교적 사명을 마음놓고 펼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교회성장과 교세확장에 힘써온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개척교회 경쟁력 약화
최근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의 난립으로 인해 교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비한 교단 지원과 특색 없는 교회들의 모습으로 인해 개척교회는 물론 기독교 전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에 대한 교단 차원의 지원은 기장(한국 기독교장로회)의 경우 매년 10개교를 선별해 200만원 상당의 피아노를 지원하고 있으며, 500여개교회에 목회자 생활비 조로 20만원씩 지원하고 있으며 기하성(기독교 대한 하나님의 성회)은 지난해의 경우 6,000만원의 지원금을 각 지방회에 동일한 액수의 지원금을 전달해 실질적으로 각 교회별로는 5만~10만원씩 지원 받아 교회별로 상황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 보여주기식 지원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단 차원에서 지원을 받는 교회들이 있는 반면 교단차원의 지원비 없이 어려운 형편으로 살아가면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가져다 주는 먹을거리로 생활을 하면서도 해외에 선교사를 파송해 선교에 힘쓰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반면 같은 마을에 다른 교단의 개척교회가 들어서 자신의 교단 소속의 큰 교회에서 지원을 받아 교인들을 동원해 개척교회 인근마을에 피해를 주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한 마을에 교회가 2개가 있는데, 이중 나중에 개척한 교회에서 서울의 I교회에서 지원을 받아 교인들을 버스로 동원해 조용한 마을을 시끄럽게 하는 등 마을 주민들로 하여금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교단에서 발령된 목사들이 개척교회에서 몇 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역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사랑을 전한다는 생각보다는 버티기식 목회를 해 지역주민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반감만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충북 청원군에 있는 한 농촌마을에는 대형교회에서 발령된 목사가 내려와 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농민들과 함께 하기를 꺼려하고, 농민들이 땀흘려 일할 때면 흰색 운동복 차림으로 나무그늘 밑에서 쉬는 모습만 보여주는 등 농민들의 반감만을 사는 행동을 자처하고 있다.
이렇게 각 교단들의 비효율적인 지원과 대교회에서 발령받은 목회자들의 버티기식 목회로 선교의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반면에 개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목회를 시작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회자들도 교단차원의 지원이 미흡해 지원이 필요한 교회가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울 봉천동에서 개척교회를 해온 엄모목사의 경우는 같은 건물에 교회가 2층과 4층 두 곳이 생겼으며 나중에 들어온 4층 교회의 목사는 건물의 일부를 사면서 세사는 자신의 교회를 나가라고 해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면서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단에서는 이러한 교회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실질적인 개척교회들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엄목사는 자신의 이러한 처지를 보면서 “어려운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우리 지역 같이 개척교회가 많고, 지역조차 어려운 이곳의 목사님들은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자위만 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개척교회들의 특색 없는 목회로 인해 더욱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다원적인 현대의 추세에 대형화를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아무런 특색이 없는 대형교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개척교회들 속에서 주말농장으로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말씀대로 땅을 일구는 보람을, 땅과 함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인해 교회의 성장과 함께 영혼 구원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특색있는 교회는 개척교회보다는 대교회들이 더욱 많은 일을 하고 있어 개척교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 개척교회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해져만 가고 있다.
이렇게 개척교회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교단들의 성의없는 지원보다는 근본적으로 개척교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강한 개척교회는 세워져야
한국교회의 개척교회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건강한 개척교회가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21C연구소 소장 김두현목사는 “세상 사람들을 향할 뿐만 아니라 성경에 기초한 교회의 모습을 갖춘 모델격의 교회가 이 땅에 세워져야만 한다”며 “그렇게 될때 힘있고 역동성 있는 교회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목사는 “비록 세상적인 가치관으로 생각할 때는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외국에는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교회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교회는 많으나 건강하고 초대교회의 모습을 갖춘 아름다운 교회의 모델이 소개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목사는 “기도와 말씀 그리고 봉사, 전도, 구제 등이 균형을 이룬 교회를 마땅이 꿈꿔야 한다”며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교회를 개척하더라도 초대교회의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아갈 때 반드시 하나님의 역사는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목사는 “정직한 목회를 추구하되 편법목회를 버리고 잘못된 목회관의 유혹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목사는 “개척교회를 설립함에 있어 옛 방식대로 권위주의에 입각한 1인 목회자 중심의 교회상을 지양하고 협력목회, 공유목회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과거 선배 목회자들의 도전정신과 투철한 믿음을 근거로한 개척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제 개척교회 시대는 끝났다는 패배주의에 깊이 만연돼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회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으나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목회 사역에 모든 것을 거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목사는 “기도와 3~4년간의 철저한 목회준비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30~40대 젊은 목회자들이 목회 하는 몇몇 개척교회들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하고 “그 이유는 철저하고 성경에 입각한 목회를 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담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리시에서 3년전에 교회를 개척한 박모목사는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기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눈물과 기도로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목회를 추구함과 동시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초대교회의 아름다운 모델을 계승하는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신문/유달상부국장·박병득차장·박건상기자 공동 취재·집필